6일만에 구조(김광진 고양이 탐정)

서누나 | 2024.01.22. 23:03 | 글번호 1039

 

❋정보 요약❋

-추천 고양이 탐정: 김광진 탐정님 ***-****-****
(전국구, 사투리에 무뚝뚝한 말투로 처음에 불편할 수 있지만 이분은 고양이 찾고 나서야 웃는 분입니다!)

-전단지 제작 및 부착 (동물보호센터 http://www.angel.or.kr)
-당근(분실/실종, 나눔) 게시글 필수

애타게 고양이를 찾고 계실 집사님을 위해 공유드릴 정보부터 상위에 올려둡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날라를 잃어버리고 6일만에 아이를 찾았습니다. 정말 눈도오고 비도오고 날도 추운 험난한 날에 날라를 잃어버려 지옥같은 나날을 보냈어요. 혹시 어딘가 또 추위에 벌벌 떨 고양이와 집사님을 위해 절대 서로를 찾는 걸 포기하지 마시라고 후기글을 써봅니다.

1일차(1월 14일 일요일):
-고양이 탐정 부르기, 전단지 붙이기, 당근,포인핸드, 고다 등 게시, 전단지 부착, 모래 뿌려두기

오전 9시 출근할 때 날라가 튀어나가는 걸 못본 채 출근했어요. 중문이 없는 집이라 가벽으로 높은 신발장을 대신해서 쓰고 있었는데, 거기에 구멍이 난걸 휴가때 고쳐야지 하고 미루고 있었어요. 날라는 현관문 마중냥이고 가끔 흥분해서 나오면 윗층으로 뛰어올라가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19시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날라가 없었습니다. 보통 제가 귀가하는 소리만 들어도 애옹애옹 울면서 나와 배를 까보이는 아이인데.. 집에 흐르는 적막에 심장이 내려 앉았습니다.
우선 방을 뒤엎고 거리로 나섰어요.
자동차 밑을 찾아보며 급한대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고양이 탐정 정보부터 물었습니다.
직접 검색해서 찾고 그럴 경황이 없었어요. 첫번째로 추천받은 고양이 탐정(김관채)에게 전화를 거니 바로 와주시기로 했습니다.

집에 와서 한 번 더 뒤엎어 찾고, 저녁에 와주신 탐정님은 1차로 주변을 수색하고, 원래라면 있어야 할 장소들에 없자 의아해 하셨습니다. 집도 다시 수색해주셨습니다. 곧이어 퇴근한 이웃 주민이, 오후 1시경 고양이 한 마리가 건물 밖으로 달려나가 옆 골목 계단으로 가는 걸 봤다고 제보해주셨어요. 윗층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에 놀라서 달려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출근하고 나서 한 시까지 집 앞을 지키며 문 열어주기를 기다렸을 날라를 생각하니 눈물만 났습니다. 제보해주신 계단은 가파르고 계단 양 옆으로 나란히 개인 주택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눈과 비가 얼어 붙어 계단이 엄청 미끄러운 상태였어요. 탐정님은 조심하라고 장갑 한쪽도 빌려주시면서 살펴보시다가. 지금 시간에 주택 문을 두드릴 수는 없으니 다음날 오전에 다시 오시겠다 했습니다. 그렇게 탐정님은 가시고.

저는 친구가 만들어준 전단지를 인쇄해 붙이고 다니고, 인스타, 당근등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먼저 포인핸드, 동물보호센터, 고다, 맘카페 등등 다양한 곳에 올려주었습니다.
초기 대응을 저보다 빨리 해준 친구들에게 지금도 너무 고마워요
저는 밤새 전단지를 붙이며 날라를 찾았고 첫날은 잠을 못잤습니다. 집 주변에 날라가 쓰던 모래를 뿌리고, 그날 아침 화장실 청소하면서 캔 감자와 고구마도 군데 군데 두었습니다.

2일차(1월 15일 월요일):
-1차 고양이 탐정, CCTV 확인, 캣맘분들께 전단지 드리고, 밥 주는 곳, 동물병원에도 전단지 붙이기

직장에 급하게 휴가를 냈습니다. 모두들 고양이 잘 찾으라며 응원해주셨어요. 이튿날 와주신 탐정님은 계단 주위의 주택들 문을 두드려 마당들을 조사하고, 저에게는 계단 끝에 있는 CCTV에 날라가 찍혔는지 확인하고 오라하셨어요. 해당 CCTV에는 날라가 찍혀있지 않았고 주변 CCTV까지 확인했을 때는 길냥이들만 찍혀있었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아이가 찍혀 현장에 와보니 비슷한 크기의 다른 아이가 있었어요. 그리고 만약 그 자리에 찍혔다면, 제보가 먼저 들어왔을 거래요. 날라는 리본 목걸이를 하고 있고, 다른 길냥이들보다 크기가 큰 편이거든요.

탐정님은 다섯시간이 넘을 동안 찾아주셨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골목이 많고 주택이 많아 어려운 거 같다, 아이가 스스로 나오길 기다려야겠다라고 말해주시며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친구가 찾아준 두번째 탐정님(캣탐정)을 불렀어요. 두번째 탐정님도 오셔서 주변을 먼저 살펴보고 주택들을 다시 살펴봐야하니 다음날 다시 오신다 했습니다.

친구들이 와주어 제가 나가있는 동안 혹시 돌아올 날라를 기다려주기 위해 추위를 버티며 현관문을 열고 있었어요. 돌아가면서 전단지도 더 붙여주고 함께 수색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현관문을 하루종일 열어두었어요. 혹시 날라가 밤에라도 찾아올까, 우는 소리가 들릴까 해서 문을 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든 나가서 수색작업을 할 수 있도록 옷을 입고 쪽잠을 자고 나가고
밤 10시~새벽 1시, 새벽 3시~6시 계속 돌아다녔습니다.

3일차(1월 16일 화요일):
-2차 고양이 탐정

휴가를 하루 더 내고 날라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문이 열려있는 곳이면 다 들어가보고 빌라 옥상도 가고 반경 200미터까지 찾으러 다녔어요. 탐정님도 오셔서 수색했던 주택과 그 밖의 주택도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또 찾지 못했고, 두 탐정님 모두 날라의 흔적 조차 찾지 못했어요. 어디에 걸려서 빠진 털, 목걸이 뭐 하나 찾지 못했습니다.
두 분 다 의아해하셨습니다. 캣탐정님은 다음날 지방출장이라, 금요일에 한 번 더 오겠다고 하시고 가셨습니다. 장기전이 될 수 있으니 집사의 체력을 잘 지켜야 하고, 주변에 밥주는 곳이 많아서 날라가 굶지는 않을거다라고 말해주고 가셨어요.
저는 급하게 주문한 홈캠들을 창문에 붙여 집 앞과 뒤를 살필 수 있게 했어요.
그날 밤 갑자기 눈소식이 있다는 알람이 울렸습니다.
그나마 이번주에 눈소식과 한파소식이 없는게 조금 위안이었는데.. 가슴이 또 무너졌어요.

4일차(1월 17일 수요일):
-3차 고양이 탐정, 전단지 재주문, 오드아이 개냥이 유튜브 영상 제작 의뢰

친구에게 집을 맡기고 (계속 문 열어두기 위해) 출근을 했습니다.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쉬는 시간에는 고양이 찾은 후기만 살펴봤어요. 눈이 정말 끊임없이 왔어요. 직장 동료분이 무슨 화산재처럼 날리냐고 하시더라고요.

눈이 쌓이는 걸 보고 다시 결심했습니다. 날라 못찾고 후회하느니 한 번 더 부르자.
친구들이 고양이 탐정 부르라고 돈도 모아줬어요. 집 지켜준 친구도 자기가 탐정님과 함께 찾아볼테니 후회하지 말고 부르라했고요.
검색해보니, 1차~2차 탐정님이 실패한걸 찾아주셨다는 후기가 가장 많은 김광진 탐정님이 계시길래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가 다음날 출근이라 함께있지는 못하고 부탁드린다 하니 탐정님은 이미 잡혀있는 스케쥴이 있지만 잠깐 들러서라도 저에게 날라에 대해 직접 듣고 가시겠다 하시면서 저녁에 오셨습니다.
유일한 목격 제보와 날라 성격, 그동안 탐정님들의 수색 과정을 설명해드리니, 네 알겠습니다. 하고 가셨어요.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에 제가 주눅이 들자 친구가 친절이 밥먹여주는 거 아니라고 실력이 좋으면 그만 아니겠니 하면서 응원해주었습니다.

이 날은 친구들과 수색을 하다가 친구들을 먼저 떠나보내겠구나 싶을 정도로 길이 많이 미끄러웠어요. 가만히 있어도 몸이 쑤욱 하고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친구들을 돌려보내고 눈이 좀 잦아들었을 때 밤 수색을 했어요. 저도 몇 번 넘어지고 허벅지가 말을 잘 듣질 않아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설치해둔 캠에 고양이라도 잡히면 튀어나갔어요. 그런데 모래가 큰 효과가 없더라고요. 날라 냄새가 나든 안나든 길냥이들은 잘 들락날락 거렸고 심지어 똥까지 싸더라구요. 눈에 젖은 모래를 다시 치우고 다시 모래를 뿌려두었습니다.

기존에 친구가 만들어준 전단지는 눈비에 젖었을 테니, 좀 덜 젖는 전단지를 재주문했어요.

5일차(1월 17일 목요일)

-탐정님이 생각보다 일찍 와주셔서 다시 한 번 상황설명 드리고 출근을 했어요 3시간쯤 됐을 때 어려울 거 같다 그래도 더 찾아보겠다.. 전화주셨어요. 캠으로 보니 사다리 들고도 왔다갔다 하시고 장비도 들고 다니시고 길도 미끄러운데 열심히 다니시더라구요. 그러다 5시간째 쯤인가 전화가 왔습니다. 날라랑 비슷한 애를 찾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중년 남자를 무서워 해서 그런지 자기를 보더니 구멍 안으로 숨더라 근데 목걸이가 안보여서 확신할 수 없다. 라고 전화주셔서 집에서 대기 중인 친구를 보냈습니다. 친구 역시 고양이의 얼굴은 확인 할 수 없었고 삐죽 나온 꼬리를 보고 날라 꼬리 같다고 저한테 전화했어요. 사진을 보니 너구리 꼬리 같은 무늬가 날라가 맞다! 생각이 딱 와서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바로 튀어 나갔습니다. 제가 도착하니 탐정님과 친구가 장비를 들고 현장으로 왔어요.

집에서 100미터는 떨어진 빌라, 2미터 넘는 틈 아래에 날라가 있다하더라구요. 앞에 탐정님이 흔적도 못찾은 건 예상 밖의 곳에 날라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와중에 김광진 탐정님은 그 틈에서 아이를 찾으셨어요. 제가 도착했을 때 날라는 꼬리까지 감추고 사라져 있었습니다 ㅠㅠ 어디로 또 빠져나간 걸까. 근데 그 아래에 떨어진 날라 목걸이가 보이는 거에요! 그 꼬리가 날라 꼬리가 맞았습니다! 저는 탐정님이 내려주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날라를 불러보고 츄르도 꺼내고 구멍 안도 비추어봤는데 날라가 안보였어요. 탐정님과 반대편으로 나와 차주분들께 전화드려 보닛 확인도 했습니다. 근처에 계셨던 캣맘분이 본인 통덫을 빌려줄테니 일단 놔바라 라고 하셨고 탐정님이 내려가셔서 튼튼하게 설치해주셨어요. 날라가 살아있고 그 흔적을 본것만으로 전 다시 용기를 얻었습니다.

회사에 복귀 했다가 집으로 돌아와 다시 탐정님을 뵙고. 탐정님은 미처 보지 못했던 제 친구가 보낸 사진을 보더니 이 정도면 그 안에 있다고 확신 하시더라구요. 다음날 아침에 본인 철덫으로 더 튼튼하게 설치해 두시겠다고 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날 밤 캣맘분이 덫 문이 닫혔는데 애가 안보인다 연락주셨고 자정이 넘는 시간에 본인 사다리까지 빌려주셔서 저는 다시 내려가 텅 빈 덫 문을 다시 열었어요. 제발 날라가 구멍 안에 있다가 무사히 나오길 바라면서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주변을 두 바퀴 더 돌고 집으로 왔습니다. 불안해서 그날도 문을 열고 잤어요.

5일차 (1월 19일 금요일)
-3차 고양이 탐정, 내시경 카메라

제가 출근 한 사이 탐정님이 덫을 삼중으로 설치하시고, 캣맘님이 내시경 카메라와 무선 카메라를 빌려주셨어요. 탐정님이 내시경으로 안을 보시고 빛나는 두 눈을 포착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보내주신 사진을 잘 못알아 보고 어디에..? 눈빛이...? 하고 있다가 탐정님이 동그라미까지 쳐서 주셔서 그제서야 쌍라이트를 확인했어요. 날라여라 제발!!

퇴근하고 3시간에 한번씩 덫을 확인하고 주변을 수색했습니다. 혹시나 그 구멍이 다른 통로로 연결 되어있을까봐요.

6일차(1월 20일 토요일)

새벽 6시 덫을 확인하러갔는데 덫도 닫혀있고 안에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근처에 살고 있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동생은 비몽사몽한 와중에 달려와주었습니다. 빠져있는 틈이 깊고 좁아서 혼자 들어올릴 수가 없었어요. 제가 밑으로 내려가 긴장한 고양이가 든 덫을 들어올리고 동생이 위에서 끌어 올려줬습니다. 어둠 속에서 나온 고양이를 확인했을때.. 날라 ㅠㅠ 날라의 얼굴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덫을 여니 날라는 슬금 슬금 나와 울고 저에게 부비고 밥을 양껏 먹고 화장실 가서 자기 냄새 맡고 신나서 뒹굴었어요. 씻기고 자시고 일단 먹이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재웠습니다.
그날 또 예고도 없던 눈이 왔고 한파 예보가 떴어요. 날라와 병원에 다녀오고 큰 이상 없다는 소견을 받고 나서야 저도 몸살로 앓아 누웠습니다.

후기를 쓰는 오늘 영하 14도네요. 하루 이틀 더 지체했다면 그 축축한 곳에서 날라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해도 무섭습니다.

날라를 찾아주신 김광진 탐정님과 도움준 친구들과 캣맘님 모두 모두 감사드려요. 모든 집사님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